사이버 대학교 - 골라내기

(이전글 - 사이버 대학교 - 첫 번째 선택)

 

대학에 기대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난 어짜피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고, 취업이 대학 진학의 목표는 아니었다. 당연히, 학문적인 측면에서의 컴퓨터 공학이나 소프트웨어 공학을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이고, 그러한 기준에서 쓰인 글이다. 알아서 걸러서 듣길 바란다.

 

적어도 4년제 컴공에서는, 운영체제, 분산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언어, 컴파일러, 네트워크 같은 전통적인 과목들은 기본이고, 데이터 마이닝과 머신러닝,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스 같은 과목들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앞서 나열된 과목들은, 어느 나라 어느 대학을 가던지 대부분의 컴공과에서 제공하는 과목들이다. 서울 디지털 대학교의 커리큘럼에 실망한 나는, 쓸데없이 "사이버냐 디지털이냐" 대학 이름에 연연하기보다는, 커리큘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차 필터링

일단, 컴공 또는 관련 학과를 제공하지 않는 대학들을 추려보기로 했다. 나무 위키가 100%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찮아서 나무 위키의 사이버 대학 목록과 개설 학과들을 이용하였다. 당연히 교차 검증은 생략하였다.  

 

대학	선택
건양사이버대학교	제외
국제사이버대학교	제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제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제외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제외
원광디지털대학교	제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제외
화신사이버대학교	제외
한국복지사이버대학	제외

2차 필터링

내가 대구나 부산에 방문할 기회는 참 드물다. 해외에 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그래도 가끔 한국에 가는데 수도권에 있으면 방문하기 수월하다. 솔직히 말해서, 대구사이버대학교와 부산디지털대학교의 제공되는 과목들 보고, 생각보다 고퀄이라서 조금 놀랬다. 일단 얼핏 보기에는 괜찮은 대학들처럼 보인다. 특히 대구사이버대학교의 전자정보통신공학과는 학문적 기초를 충실히 다루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영진사이버대학교는 1, 2학년 과목들 밖에 없다. 학사 과정이 없나? 일단 스킵.

 

대학	선택
대구사이버대학교	제외
부산디지털대학교	제외
영진사이버대학교	제외

3차 필터링

이제 세종, 숭실, 경희, 고려, 한양, 그리고 서울 사이버만 남았다. 개설 과목들을 살펴보고 또다시 필터링을 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숭실대 컴공이 유명해서 숭실 사이버도 좀 기대했는데, 완전 기대 이하다. 개설된 3, 4학년 과목들의 수가 너무 적었고,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들도 너무 적었다. 4학년 과목이 사물인터넷과 AR/VR응용 2개다. 뭘 바라는가. 비추다. 서울 디지털 대학교에 미안해진다. 이런 대학은 그냥 스킵하자. 욕을 쓰려다가 참았다.

 

세종사이버대학교

얼핏 괜찮아 보인다. 근데, 4학년 과목들이 너무 취업 위주 같아 보인다. 오픈소스 프로그래밍(도커)라는 과목이 있는데, 프로그래밍과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마지막에 k8s를 잠깐 다루는데,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도커로 인프라 구축하는 강의인 듯싶다. 유닉스 및 리눅스 시스템 과목에서는 bash와 서버 관리 기초를 가르친다. 저런 과목들은 취업을 위한 컴퓨터 학원에서만 가르쳤으면 좋겠다. 숭실 사이버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나는 패스.

 

대학	선택
숭실사이버대학교	제외
세종사이버대학교	제외

4차 필터링

개설 과목들을 좀 더 꼼꼼히 살펴봤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솔직히 고민 많이 했다. 갖출 것들은 다 갖추어 보인다. 제공되는 과목수도 충분히 보이고, 작정하고 현업에서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려는 듯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전 글과 위에서 취업 위주 실습 과목들 대차게 비판하지 않았냐고? 그렇다. 하지만, 큰 차이는 과목의 수다. 필수 학문 과목들도 두루 제공하면서 실습 과목들이 충분한 경우라 큰 문제가 아니어 보였다.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서울사이버대학교의 컴공 출신에 관심을 가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약간 안 맞는 느낌이었다. 나야 어차피 취업하려고 대학 가는 것은 아니니까. 경력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차라리 고려사이버대학교가 나아 보인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교의 업그레이드 버전 느낌이다. 일단, 제공되는 과목수가 엄청 다양하고 많다. 주제들도 취업용 과목부터 대학 일반 수학도 있다. 가장 좋아 보였던 점은, 졸업 세미나가 전공 필수이다. 솔직히 좋아 보인다. 누군가 사이버 대학 컴공을 염두에 둔다면, 고려 사이버를 추천한다. 제공되는 과목들만 보면, 제일 나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고려 사이버를 선택하지 않았다. 난 원래 고대 안 좋아한다. 아쉽지만 탈락.

 

대학	선택
서울사이버대학교	제외
고려사이버대학교	제외

경희사이버대학교 vs 한양사이버대학교

이제 두 학교 남았다.

 

공통 장점들

1. 관련학과가 다양하다. 그래서 관련 과목들도 다양하다.
   경사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 AI사이버보안, ICT융합콘텐츠
   한사대: 응용소프트웨어, 컴퓨터공학, 해킹보안
2.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각각의 과목으로 분리한 것이 맘에 들었다.
3. 홈페이지가 빠르다. 이거 중요하다.
4. 운영체제를 3학년 과목에 두고 진지하게 가르쳐 준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장점

1. 홈페이지가 깔끔, 담백하다.
   이거 되게 중요하다. 학교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 점을 많이 고려했으면 좋겠다. 
   (경사대 첫 페이지를 2022년 12월에 리뉴얼 했는데, 진짜 개판으로 짜 놨다. 정말 형편없이 작성해서 엄청 느리다.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궁금하면 khcu.ac.kr에서 인스펙터를 실행해봐라.)
2. 해외 마케팅을 잘한다.
   검색해보면, 해외 교포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적극적 마케팅을 한다. 하물며, 미주에 직접 찾아가서 입학 설명회도 했다.
3. 운영체제를 제대로 가르친다
   커리큘럼을 읽어보면, 메모리 페이징 기법과 프로세스 관리, 스케줄링, 파일 시스템과 입출력 등, 흔히 공룡 책이라 불리는 Operating System Concepts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다룬다. (사실 어느 대학을 가나 운영체제 과목에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주제들이기는 하다.) CPU cache coherence도 다루길 바라봤지만, 일단 outline에는 안 보인다. 그래도 동기화도 다루고, 분산 메모리도 다룬다. 동기화 다루면서 CPU cache를 살짝 언급할지도 모르지. 다른 대학들도 리눅스 쉘 스크립팅이나 서버 관리 기술 같은 것들 가르치지 말고, 이런 주제를 좀 자세히 가르쳤으면 좋겠다. 학원도 아니고... 4학년 과목에서 서버 관리 기술이 뭐냐
4. 그 외에 보안 기술 관련도 많은데, outline을 읽어보면 취업 위주보다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려는 느낌을 줘서 좋았다. 

단점

1. 수학 과목이 없어서 아쉬웠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이버 대학교들은 수학 과목을 제공하지 않는다. 고려 사이버가 유일한 대학으로 보인다. 고려 사이버도 기껏 1학년 수학 하나 뿐으로 보이지만..
   
   (서울 디지털도 이산수학과 물리과목을 제공한다. 이전 글에서 서울 디지털을 대차게 깠지만, 다른 학교들 살펴보고 다시 보니 첫인상만큼 실망스럽지는 않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장점

1. 두터운 교수진
   프로필만 보면, 경희사이버대학교보다 정통 전산학 교수진이 더 두터워 보인다. 교수 숫자들도 많아 보이고 프로필들도 자세히 써 놓았다. 경희사이버의 경우, 초빙 교수들은 정말 프로필 대충 써놨다. 그리고, 초빙 교수가 아닌 해당 학교 소속의 교수들도 한양사이버가 훨씬 많아 보였다. 교수들만 보면 한양사이버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2. 경희사이버만큼은 아니지만, 이 학교도 운영체제를 진지하게 다룬다.
   페이징 기법과, 파일 시스템, 프로세스 관리를 다룬다. 경희사이버 대학교와 달리, 병렬 프로그래밍, 동기화, 분산 메모리 같은 주제들은 outline에 안 보인다. 경희사이버대학교의 운영체제 커리큘럼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3. 머신러닝 쪽은 경희사이버보다 더 많은 과목들이 제공된다. 더 나아 보인다.

단점

1. "리눅스 기초실습", "리눅스 네트워크 서버 구축", "JSP프로그래밍"같은 이런 과목들은 3, 4학년 과목들에서 뺐으면 좋겠다. 요즘 시대에 누가 JSP를 배우는가. JSP는 현업의 고인물들에게 맡겨두자. 또한, XML을 3학년에서 가르치는데, 요즘 누가 XML을 쓰나. 솔직히 대학 컴공과들의 커리큘럼 짜는 교수들이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과목들 빼면 생각보다 커리큘럼이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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